[리뷰] 1강 해방적 파국, 무너진 사회를 재건하는 과정


“파국은 어떻게 해방이 될 수 있을까” 해방적 파국. ‘파국’이라는 가슴 아픈 단어에 어떻게 ‘해방’이라는 표현을 더할 수 있을까. 강의 제목을 보고 떠올린 첫 번째 질문이다. 강의가 끝나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서서히 고개가 끄덕여졌다. 파국을 맞았을 때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회복을 꾀하는 그 과정을 말하는 것이라 생각된다.
모두들 ‘해방적 파국’이라는 말을 이해한 맥락은 같았지만, 표현은 조금씩 달랐다. 봉건 사회가 무너지고 자본주의 사회가 일어난 것 또한 해방적 파국의 한 갈래로 보고 딱딱했던 것이 풀어지는 듯한 느낌이 든다고 말한 죽돌이 있었다. 또한 왕이 서거하고 다음 왕위가 계승되지 않은 상태, 전에 이어져오던 방식은 끝났는데 그다음 방식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를 말하는 ‘인터레그넘’을 연상한 죽돌도 있었다. 공통점으로 이야기했던 것은, 한 사회가 무너지고 그 사회를 재건하기 위해 모두가 힘을 모으는 시점이 바로 해방적 파국이라는 것이었다. 절대절명의, 찰나의 순간에만 가능해지는 인식, 파국을 극복하기 위한 에너지가 순간적으로 나오는 그때를 해방적 파국이라고 말하는 것이라 이해했다.

 
“예언자, 현재를 선포하는 자” 발터 벤야민은 파사주 프로젝트를 통해 도시가 뿜어내는 사소한 이미지들을 모아 자본주의 사회의 모습을 파헤치고 대중들에게 드러내고자 했다. 강의 때 벤야민을 ‘예언자’라고 표현했는데, 예언자라는 개념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 또한 가졌다. 토론 시간에 예언자는 미래를 점치는 것이 아니라 현재를 선포하는 자라는 말씀을 들은 것이 이해에 도움이 되었다. 흔히 ‘예언’이라고 말하면 미래를 떠올리기 마련이지만, 예언자는 현재를 선포함으로써 사람들에게 경각심을 일깨우는 사람이다. 예언자는 우리를 두려움에 휩싸이게 하지만, 그가 바라는 것은 우리 모두가 멸망하지 않도록 우리가 지금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 하는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예언자가 말하고 싶은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뭔가 복잡하고 뒤엉킨 많은 장치들 사이에서 몰랐을 수도 있고, 모르면 좋겠다고 생각한 것이 확 흔들렸기 때문에 그동안 우리 스스로가 가둬놓았던 생각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다. 성급히 추스르고 봉합해서 아무 일 없던 것처럼 할 수 있지만, 그러지 말고 본질부터 바로잡자는 생각에서 시작되는 것이 해방적 파국이다.

 
“사라진 것들과 폐허에 대하여” 벤야민이 주의 깊게 읽은 보들레르의 시에 급속히 바뀌어가는 파리의 모습이 담겼다면, 발제 마지막 즈음 소개된 아티스트 미루는 사진을 통해 폐허, 사라진 것들에 대해 이야기했던 게 아닐까 생각했다. 위험을 감수해가며 사람들이 찾지 않는 폐허를 찾고, 그곳에서 사진 작업을 하는 것의 의미를 생각했다. 사람들이 피하는 동물인 쥐, 돼지와 함께 작업한다는 점 또한 인상 깊었다. 근대적 건축의 산물이나 폐허의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우리에게 볼 수 없었던 것을 보게 해준 것이다.

 
“어려운 이야기를 들었을 때 무엇을 할까” 강의와 토론이 끝나고, 엄기호 선생님의 이런 말씀이 머릿속을 맴돈다. 어려운 것을 들었을 때 그것을 받아들이려고 노력해야 하는데, 어렵다는 이유로 스스로가 배척하는 경향을 버리라는 이야기였다.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을 앞에 놓고, 개인적인 해석을 하더라도 매 순간 생각하는 시간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발터 벤야민으로 시작한 ‘해방적 파국’에 대한 의미도 마찬가지로 말이다.

 

*이 글은 하자작업장학교 청년과정이 함께 나눈 이야기를 ‘초’가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