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자’가 아닌 ‘시민’이 풀어야 할 공유지의 비극

과제 릴레이 속에선 고민을 하는 시간과 글의 퀄리티가 비례하지 않는다는 딜레마가 있네요…^^:::

그래도 제가 이번 강의를 어떻게 소화하고 어떤 고민들을 하게 되었는지 공유하는 차원에서 글을 올립니다. 

 

 

 

<‘사용자’가 아닌 ‘시민’이 풀어야 할 공유지의 비극>

 

인터넷 보급율이 전세계 25%가 넘었고, 멀지 않은 미래에 50%를 넘을 날이 온단다.

70억 인구의 반이 인터넷에 접속한다니… 어마어마한 파급력이다.
이런 시점에서 인터넷 세계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어떻게 생태계를 올바른 방향으로 조성할 건지 
논의가 대두되고 있다. 
인터넷 생태계의 구성원은 누구이며, 누가 그 생태계를 이끄는 주체인지, 
인터넷을 사용하는 다양한 구성원들이 어떻게 대표되며 어떻게 소통하고 합의하는 장을 만들건지,
어떤 생태계를 만들며 어떻게 그게 지속가능하게 할건지부터
구체적인 문제로 들어가면 사이버 테러, 빅 데이터 등 참으로 복잡하고 거대한 문제다.
 
흥미롭게도, 
무슨 말인지 알아듣기가 쉽지 않았던 이 강의가,
또 인터넷을 쓸 줄만 알지 인터넷 생태계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내게,
어떤 강의보다도 더 큰 영향을 미친 것 같다.
인터넷 생태계를 논하는 자리였지만, 이 문제가 인터넷 이상의 문제였다는 걸
강의 후 일주일 내내 고민하는 나 자신을 보며 알게 되었다. 
여느 때와는 달리, 강의 후 나는 인터넷과 관련된 강의 내용 자체보다는 
그 강의가 내게 개인적으로 던져준 질문들과 씨름하고 있었다.
 
요 한 주 나는 내가 가장 가까이서 관심 갖고 발을 담고 있는 자전거 생태계에 대해 
매우 어렵고도 중요한 질문들을 하고 있다.
어떤 생태계, 공유지대를 만들고 싶은지, 어떤 게 can sustain하면서도 want to sustain한 공유지대일지,
그것에 대한 상상과 서로 다른 상상력, 가치 사이에 일어나는 갈등과 고민. 
눈앞에 벌어지는 행정학 강의와 코앞에 놓인 과제가 머릿 속에 잘 들어오지 않게 한다는 맹점이 있지만,
학교에 공공 자전거 제도를 구체적으로 기획하고 있는 이 시점에서 아주 시기적절하게 찾아와 준
중요하고도 감사한 고민들이다.
계속 고민들 사이에 타협점, 균형을 맞춰가는 중이지만 
자전거 공유지대와 문화를 만드는 데 있어 중요한 건
이 문제가 단순히 자전거 보급의 문제가 아닌,
자전거라는 공유자원을 공동체 구성원들이 시민의식, 주인의식을 가지고 잘 쓰고 유지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이 모아지고 있다.
내가 사람들과 함께 하고 싶은 건 ‘자전거’의 확산보다는 자전거 ‘문화’의 확산이다. 
공용자전거를 이용하는 사람을 ‘사용자’ ‘수요자/소비자’로 상정해서
수요에 맞는 재화를 제공한다는 마인드로는 절대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게 내 생각이다.
 
 
공용자전거 시스템으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예가 프랑스 파리의 공용자전거 ‘벨리브’다.
파리를 친환경 도시로 만들고자 최첨단 무임 자전거 시스템을 설치하였고,
덕분에 많은 사람들이 편리하게 자전거를 대여해 통근용, 마실용으로 사용하고 있다.
겉으로는 ‘벨리브’로 인해 파리가 자전거 친환경 도시로 부상한 듯하나
이 벨리브 제도가 얼마나 지속될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시행한지 2년만에 통근용으로 투입된 2만 600대 중 8000대가 도난당하고
8000대는 심하고 훼손되는 등 80%가 운용 불능 상태라는 문제가 발생했다.
유지비용으로 엄청난 예산이 나가고,
도난된 자전거들 상당수는 동유럽, 북아프리카 암시장으로 팔려간다.
이런 관리상의 문제점을 해결하려고 철저하게 회원제로 운영하고, 사용시간에 따라 요금도 부과했지만 역부족이라 한다. 
 
공공 재산에 대한 시민 의식이 부족하여 발생한 문제를 
계속해서 기술과 제도의 정교화로 풀려고 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나는 애초부터 자전거가 친환경의 아이콘으로 뜨고 있는 상황이니까
최첨단 자전거 시설을 쫙 깔아 파리를 친환경 도시로 바꿔보자 하는 마인드 자체가 문제가 있었다 본다.
시민들을 수요자이자 고객들로 상정하고 고객에게 먹힐 만한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런 ‘퍼주기 식’의 복지 행정은 실패할 확률이 농후하다.
한정된 자원을 사고 팔며 각 개인이 이윤을 남기면 
그것이 사회 전체의 효용이자 공공의 선으로 귀결되는 시장의 영역에선
수요와 공급만 따지는 논리로 쉽게 접근할 수 있겠지만,
공공의 영역에서는 문제가 그리 간단하지가 않다.
그 중 큰 이유가 ‘공유(지)의 비극’이라는 문제다.
자기 이익만 추구하는 사용자에게 낮은 문턱에 마음껏 사용할 수 있는 자원이 주어지면
그 자원은 고갈되기 마련이라는 그 유명한 딜레마. 
우린 이미 각종 지구온난화, 대기오염 같은 각종 환경 문제에서 징하게 경험하였던 문제다.
이에 대한 해결책은 국유화도 민영화도 아닌
주인의식을 가진 시민들이 서로 상호 감시, 제제, 협력 등을 통해 자치적인 관리 제도를 구축할 때
그 실마리가 보인다.
 
이에 대한 연구로 결국 2009년 엘리너 오스트롬은 노벨경제학상을 맡았고,
2011년 나는 그녀가 쓴 <공유의 비극을 넘어>라는 책을 접하고 결국 행정학과로 들어오게 되었다.
아무것도 모르고 들춰본 그 책이 지금 이렇게 큰 영감이자 절실함으로 다가오게 될 줄이야
전혀 상상도 못했던 일이긴 하지만 말이다.
 
 
이야기가 좀 샜는데, 
결국 나는 제도 만들기의 시작점에서부터 
사람들을 ‘사용자’ ‘고객’이 아닌, 제대로 주인의식을 갖춘 시민들로 키울 수 있는 제도를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성숙한 시민문화는 성숙한 제도로부터, 성숙한 제도는 성숙한 시민으로부터 온다는 걸 안다면,
지금 방식의 ‘고객’에게 제공하는 ‘서비스’로서의 행정은 바뀌어야 한다.
 
벨리브의 또 한가지 큰 문제를 언급하자면,
통근용으로 투입한 자전거가 유람용으로 잠깐 쓰이고 내팽겨 진다는 점이다.
자전거는 처음 타는 것은 쉬울지 몰라도 생활에서 지속적으로 타려면 혼자로는 쉽지가 않다.
두 발 자전거 처음 탈 때도 옆에서 잡아주고 밀어주는 사람이 필요했듯,
그 자전거로 도시 곳곳을 자유롭게 누빌 때에도 옆에서 잡아주고 밀어주는 사람이 필요하다.
자신이 생활하는 좁은 반경에서 벗어나 익숙치 않은 더 넓은 곳으로 더 멀리 갈 때에는
예측불가능하게 일어나는 사고에 대비하여 안전 지식과 사고 발생시 대처 요령,
효율적인 라이딩 요령, 기초 정비 기술을 알아둘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자전거 생활화는 엄청난 돈을 들여 자전거 인프라를 잘 만든다고 이뤄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
자전거로 어떤 문화를 정착시키려 할 때는 ‘사람’이 필요하다는 점. 
사람들의 경험과 지혜가 쌓이고 연결되어 ‘그 사회’에 ‘맞는’ 문화와 제도로서 만들어 질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자전거뿐만 아니라 인터넷, 그 어떤 공유지대에서든지
‘사용자’가 아닌 책임과 주인의식을 가진 ‘시민’들이 
함께 자신들의 경험과 지혜를 집적하고 연결하며 
자신들이 원하고, 자신들이 계속 유지해갈 생태계의 그림을 그리는 과정이 필요하리라 생각한다.
이번 금요일에 다가오는 자전거 회의도 그 청사진을 그리는 의미있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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