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순진 칼럼 ‘후쿠시마의 교훈’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발생한 지 2년이 되었지만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여전히 수습되지 못하고 있고 언제 수습이 완료될 지 알 수 없으며 또 언제 상황이 더 악화될 지 종잡을 수 없다. 녹아내린 핵연료봉을 원자로에서 꺼내는 데만도 30년에서 40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매일 매일 평균 400톤에 달하는 방사능 오염수가 나오고 있지만 처리 방법조차 찾지 못하고 있다. 기준치의 1억3000만배에 이르는 방사능 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해 후쿠시마 앞바다는 이미 심각하게 오염되었다. 오염된 바닷물은 농도가 묽어진다 해도 세계 곳곳으로 이동하고 있다.

 

원전 4기에서 노심용융과 수소폭발이 일어나 원전재앙의 상징이 되어 버린 후쿠시마 사고는 우리에게 어떤 의미와 교훈을 남긴 걸까? 사고 당사국인 일본에서는 여전히 탈핵으로의 길이 순조롭지 않다. 사고 이후 사고 원전 4기 외 나머지 50기 원전이 이듬해 5월5일 모두 멈췄다. 하지만 두 달 후인 7월에 오이원전 3, 4호기를 재가동하기 시작했고, 12월 총선에서 2030년까지 단계적 원전 폐기를 약속했던 민주당이 참패하고 “3년 안에 원전 재가동 여부를 결정하고 원전 철폐 여부는 향후 10년간 검토하겠다”는 자민당이 압승했다. 자민당의 압승이 국민 다수가 원전 재가동에 찬성하거나 원전 폐쇄에 반대한다는 의미는 아니겠지만 끔찍한 원전 재난을 겪고 있는 그 사회에서 원전정책이 투표의 주요 결정 기준이 아니었다는 사실은 다소 의외다. 일본에서는 여전히 탈핵을 지지하는 여론이 식지 않았지만 원전재난을 겪은 바로 그 사회에서조차 다수가 탈핵을 원한다 해도 탈핵으로 가는 길이 얼마나 지난한 일인가를 보여준다.

 

하지만 일본과 지구 반대편에 있는 독일에서는 에너지혁명이란 의미의 에네르기벤데(Energiewende)가 진행 중이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2011년 5월 말 원자력으로부터 ‘단계적 탈출’을 선언하고 “가능한 한 이른 시일 내에 재생에너지 시대에 도달하는 것이 목표”임을 분명히 했다. 독일의 탈핵 결정은 사실 처음이 아니다. 2002년 사회민주당 정부가 원자력법을 개정해 가동 중인 원전에 평균 수명 32년을 적용, 독일 내 17개 원전을 2021년까지 단계적으로 완전 폐쇄하기로 했으나 보수 연정을 통해 집권한 현 정부는 그 결정을 번복하려 했다. 하지만 후쿠시마 사고 이후 ‘안전한 에너지 공급을 위한 윤리위원회’를 출범시켰고 이 17인 윤리위원회의 권고를 받아들인 독일 정부는 2022년까지 원전을 완전 폐쇄한다는 정책을 발표했다. 그후 노후 원전 8기를 즉각 폐쇄하고 재생가능에너지 확대를 위해 적극적인 정책을 추진 중이다. 그 결과 독일에서는 원전으로 생산된 전력량보다 재생가능에너지로 생산된 전력량이 더 많아졌고 전력을 수입할 것이란 예상을 깨고 오히려 전력을 수출하는 국가가 되었다. 물론 이 과정도 순탄하지는 않다. 전기요금이 올랐고 풍력이 풍부한 북부로부터 산업시설이 주로 입지해 있는 남부지역으로의 송전선 건설도 쉽지 않은 상태이며 재생가능에너지의 간헐성을 보완하는 전력 저장기술도 온전히 개발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독일에서는 다양한 에너지 효율 향상 혁신이 일어나고 있고 재생가능에너지 기술이나 전력 저장 기술이 활발히 개발 중에 있다.

 

그렇다면 우린 어떤가? 지난달에 사회적 논란에도 불구하고 발표된 제6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은 원전에 대한 국민 수용성이 낮아진 상황에서 원전 건설 확대계획을 잠시 미루고 대신 총 10.7GW 규모의 석탄화력발전소 12기를 건설하도록 허용했다. 전력 수요가 늘어나는 건 어쩔 수 없다는 시각이며 재생가능에너지 개발과 확대엔 여전히 미온적이다. 전력의 절반 이상을 쓰는 산업부문에 대한 전력요금 저가 정책을 고수하고 원자력과 석탄으로 전력을 계속 공급하는 나라에 독일과 같은 혁신이 가능할까? 독일이 다른 유럽 국가들에 비해 제조업 비중이 높은 데도 현재의 길을 갈 수 있는 이유는 깨어 있는 시민들이 있고, 그 시민들이 원전정책을 중요한 투표의 기준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발생한 지 2년이 된 지금, 우리는 어떤 사회를 꿈꾸고 있는가? 그 사회를 우린 어떻게 만들어갈 것인가? 그에 대한 해답과 열쇠는 우리 시민에게 있다.

 

2013년 3월 11일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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