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성을 상상한다는 것 – St Ives에서

행정학과 보강 때문에 포럼이 거의 다 끝나갈 즈음에 도착하여
강의와 토론에 직접 참석은 못하였으나,
이서가 약속한 대로 강의&토론 영상이 주말에 올라와 간접적으로나마 생각을 공유할 수 있게 되었다.^^
 
김정후 박사님의 런던 올림픽에 대한 강의는 작년 지시문 특강 때 놀러가서 들은 적이 있는데, 
그 때 큰 감명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 
국가/도시 브랜딩 혹은 돈을 위한 세계적 스포츠 축제로만 생각되던 올림픽이
런던 올림픽을 통해 환경적이고 경제적인 측면의 지속가능성뿐만 아니라 
지역 활성화와 사람들의 일상의 지속가능성을 고려하며 기획될 수 있는/되어야 하는
지속가능한 세계 축제임을 보았기 때문이다.
 
규모가 크고 도시의 이름을 걸고 대대적으로 이미지 마케팅을 해야 하는 올림픽 같은 사업에는 
효율성, 수익성 중심의 자본 논리와 이해관계가 바탕이 되고,
그 전제 하에 ‘가시적’ 효과를 최대화 해야 하는 게 최우선이라고는 걸 너도 나도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오고 있었다.
 
그 상황에서 올림픽은 그걸 ‘유치하는 도시의 것’이 아니라는 것,
올림픽은 유치하는 나라 전체의 문제뿐만 아니라 
유치하는 모오든 과정에서 영향을 받는 온 세계 시민들의 것,
공간과 더불어 시간의 스펙트럼도 넓혀 보면 인류의 과거-현재-미래, 즉 인류 (역사)의 것.
이것을 인식하면 필연적으로 올림픽은 ‘스포츠’에 국한 된 것이 아니라 
환경, 경제, 사회를 아우르는 ‘지속가능성’을 모토로 만들어야 한다는 걸, 지금부터 그렇게 만들어야 한다는 걸 알게 된다, 이 점이 참 인상적이었다. 
 
박사님은 결국은 올림픽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와 생활 전반의 문제를 제기하시는 거였다.
내가 쓰고 있는 자원이 내 것이 아니라는 것, 
내 후손, 인류가 향후 몇 백년에 걸쳐 쓸 것을 미리 끌어 쓰고 있다는 것,
‘나’ ‘내 행동’이 결코 개인적 문제가 아니라 사회, 넓게는 인류의 문제라는 걸 알고 행동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강의를 듣고 나서 당시 진행하고 있던 자전거 리싸이클링 프로젝트도
런던 올림픽 때처럼 페인트를 하지 않아야 지속가능성과 부합하는 게 아닌가 하며
자전거 디자인에 대해 전면적으로 고찰하고 논의했던 기억이 난다.
 
“지속가능성 논의가 지속가능하도록

지속가능성을 도시의 변화를 이끄는 원동력으로
구호에서 실천으로”
 
특히 이번 강의에서 결론으로 말씀하신 이 세가지는 
앞으로 계속하여 자전거 프로젝트(‘자전거 학교’)를 꾸려갈 때 염두에 두어야 겠다.
자전거를 통해 계속해서 지속가능성에 대한 원탁 논의가 흘러가는,
논의로서 그치는 게 아니라 얘기한 것들을 사람들과 함께 직접 실천에 옮기는,
자전거를 타고 자전거로 하는 문화 활동들이 궁극적으로 도시의 변화로 연결되는
‘자전거 학교’ 의 장을 만드는 일을 꾸준히 이어가야 겠다.
 
 
이번에 다시 뵙게된 박사님의 강의에서 여러가지 좋은 메세지들이 있었지만,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마지막 슬라이드에 있던 St Ives 라는 영국의 아름다운 섬의 모습이었다. 
파란 바다와 하얀 해변가, 푸른 산, 언덕, 모양이 제각각인 집들, 그 속에 어우러진 미술관, 공동 묘지…

아… 참으로 아름다운 섬이다.

사람과 무엇이 어우러질건가 하는 상상력.

그런 상상력이 풍부한 St Ives는 사진 한 장만으로도 많은 걸 이야기하고 있었다.
 
자연과 어우러지는 건강한 일상을 보내고, 
일상에서 마음을 풍요롭게 하고 상상의 날개를 달아주는 미술관이 있고,
나중에는 평화롭게 잠들 공동 묘지가 마을 한 가운데에 자리 잡고 있는 이 곳.
해변가에 있는 미술관보다 더욱 놀라웠던 건 미술관 옆에, 해변과 집들이 둘러싸고 있는 푸른 공동 묘지였다. 
그것은 자연과 사람 속에서 평화롭게 죽어갈 수 있다는 걸 상상하게 하는 마을이 
진정으로 살기 좋은 곳이라는 걸 역설적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사람들이 잘 살 수 있는 곳은 사람들이 잘 죽을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는 것.
St Ives는 ‘지속가능성’이라는 걸 또 새롭게 보여주고 이야기하는 아주 멋진 사례였다.
St Ives는 나중에 꼭 직접 가보고 싶다. 이런 곳에 여행을 가는 것만으로도 많은 걸 느끼고 배울 것이다…
 
내가 살고 싶은 마을을 만든다면 어떤 모습일까.
주변에 무엇과 무엇이 있으면 좋을까.
사람과 무엇이 어우려져야 할까.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시간이 많아질수록 삶은 풍성해지겠지.
상상을 현실에 옮기는 작은 실천을 할 수록 상상의 보따리는 배로 커지겠고..
 
 

박사님 ppt에서 캡쳐한 St. Ives Porthmeor Beach의 모습이다.

해변가 위에 Tate Gallery, Baroon Cemetery가 보인다. 

 
 
 
덧붙여 쥴리안 트레져의 TED 영상 <건축가들이 귀를 사용해야 하는 이유>를 보면서
상상을 하고 현실에 옮기는 데에는 단순히 머리로 어떤 이미지를 연상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함을 느꼈다.
어떤 ‘모습’만으로 지속가능성을 상상하는 건 오히려 문제가 될 수 있었다.
지속가능성을 향한 상상력은 사람의 보고, 듣고, 만지고, 냄새를 맡고, 맛보는 모든 감각이 필요하다는 걸…
상상의 나래를 펼치기 전에 먼저 이 영상을 보면 좋겠다.
 
다시 말을 바꿔야 겠다.
내가 살고 싶은 마을은 어떤 모습일까가 아니라…
내가 살고 싶은 마을은 어떤 모습과 어떤 소리, 어떤 느낌과 냄새와 맛이 있는지…
하나씩 상상하고 기록해간다면 나중에 지속가능한 도시 만들기를 위한 소중한 사료가 될 수도 있겠다..
우리가 지금 진행하고 있는 문화 기획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이 혹은 기획하고 있는 문화는 어떤 모습과 소리, 느낌과 냄새, 맛이 있나… 
퇴화된 감각을 깨워가면서 지속가능성에 대한 상상력을 세밀하게 짜는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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