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오 선생님이 보내주신 3강 읽을거리입니다

도시농업 실천사례

서울그린트러스트를 중심으로

 

 

 

이 강 오

서울그린트러스트 사무처장

kangolee@naver.com / www.sgt.or.kr

 

1. 들어가는 말

 

몇 년 후 우리는 2012년을 도시농업의 새로운 전환점이 되는 해로 기록할 것이다. 짧게는 4~5년, 길게는 20여년간 축적된 도시농업의 힘이 폭발하는 시간이 될 것이다. 아니, 어쩌면 전통적인 농업사회였던 우리 민족의 잠재된 경작본능이 도시를 변화시키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오늘날 도시농업은 바라보는 관점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보여질 수 있다. 농업을 하는 사람들 눈에 비친 도시농업, 원예를 하는 사람들에게 비친 도시농업, 도시녹화를 하는 사람들에게 보여지는 도시농업, 도시공동체운동을 하는 사람들에게 도시농업, 도시계획을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도시농업… 그 다양한 스펙트럼을 하나로 잘 정리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이 글에서는 기능적이고 기술적인 의미에서 도시농업의 다양성을 이야기하기 보다는 도시민의 입장에서 도시농업의 다양성을 그 동안 필자가 시도해봤던 다양한 구상과 실천을 정리해 보았다. 그리고 그것들이 가지고 있는 의미를 해석해보고, 우리 도시의 미래를 도시농업이 어떻게 구현해 낼 것인지, 또는 도시농업이 도시와 함께 어떻게 발전할 수 있을지 상상해보려고 했다.

 

 

2. 실천사례 : 주말농장에서 커뮤니티가든까지

 

가. 서울의 주말농장

4~5년전 도시농업을 알게 되면서 여러 가지 경험을 하게 되었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인상적인 사건은 서울의 곳곳에 펼쳐진 주말농장이다. 서울시농업기술센터의 도움으로 서울의 주말농장 20개소를 하루에 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서울시는 민간에서 운영하는 주말농장 중에서 매년 친환경주말농장을 지정하고 친환경주말농장에 필요한 원두막, 퇴비, 병충해퇴치 등을 지원하고 있다. 3년전인가 그 해에도 25개의 친환경주말농장을 지정하기 위한 심사를 위해 방문하게 되었다. 기억나는 주말농장 중에서는 1990년 서울시 최초로 문을 연 대원농장 등 강남서초에 있는 주말농장, 양평동에 있는 거대한 도시숲 안에 펼쳐진 텃밭의 장관, 도봉구 마을 한 가운데 있는(단층 집으로 둘러쌓여있는 정말 근사한 커뮤니티 가든) 텃밭, 중랑구 먹골배 농장에 달려있는 텃밭, 강동구 고층 아파트를 배경으로 자리잡은 텃밭 등등…

대부분의 주말농장은 3~4평을 전후로 분양되며 작게는 50구획(plots), 많게는 200구획 정도 된다. 3평을 기준으로 분양가가 6만원에서 10만원 정도 된다. 여기에 즐거운 얘기가 숨어있다. 주말농장을 운영하는 사람은 평당 2~3만원의 수입을 올리는데, 토지주에게 3천원~1만원 정도의 임차료를 지불한다. 분양하기 전에 흙을 갈아엎고 퇴비를 넣고, 분양 후 관리하는 비용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1000평 정도의 주말농장을 운영하면 최소한 1000만원의 수입은 보장되는 것이다. 대부분의 주말농장 농장주(운영자)가 나이 지긋한 아저씨들이라 퇴직 후 훌륭한 일자리가 아닐 수 없다. 매년 분양에 참여하는 주민들이 바뀌기는 하지만 4~5년 이상 오래된 참여자들도 많다. 이들과는 자연스럽게 농장주를 중심으로 커뮤니티가 만들어져 온 것이다.

주말농장은 의외로 도시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기도 하다. 양평동의 주말농장은 과거 1980년까지 소를 방목하거나 사료용 곡물을 재배하던 곳이다. 당시에 축산을 장려하면서 대규모 산림전용이 허가된 곳이나, 더 이상 도시에서 소를 키우는 일이 불가능해 방치되었던 곳을 주말농장으로 이용하게 된 것이다. 언젠가 서울의 주말농장에 대한 역사를 책으로 기록하는 사람이 나왔으면 좋겠다. 시간이 지나 더 이상 도시의 역사가 흔적을 남기지 않는 상황이 도래하기 이전에 말이다.

 

 

나. 상자텃밭운동

상자텃밭에서 주머니텃밭으로 이름이 바뀐 상자텃밭운동은, 2007년 전국귀농운동본부 텃밭보급소에서 처음 시작되었다. 물론 그 이전부터 시도가 있었고, 이미 많은 시민들이 자신의 집에서 옥상에서 골목에서 화분에 채소를 재배하고 있었다. 이를 상자를 활용한 텃밭운동으로 만든게 귀농운동본부이고, 이어서 이를 대중화시킨 단체가 서울그린트러스트 등의 시민단체들이다. 2010년에는 흙살림에서 간편한 주머니텃밭을 개발하여 상자텃밭운동이 더욱 다양해졌다. 지금은 전국의 지자체에서 상자텃밭을 보급하고 있어, 더 이상 시민운동으로는 진행되지 않을 것 같다. 상자텃밭은 농사지을 땅이 없는 도시민에게는 좋은 경작기회를 제공한다. 또 아이들에게 한 개의 상자텃밭을 소유하게 함으로써 도시농업을 활성화하는데 좋은 도구가 되고 있다. 기존의 무질서해보이는 화분과 스치로폼 텃밭을 가지런하게 상자로 정리하여 골목경관을 깨끗하게 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지나치게 많은 플라스틱상자가 보급되고, 애초에 지향하였던 재활용상자의 취지가 무색해지고 있어 걱정이다. 정부와 지자체가 나서서 보급하는 것은 선심성이 있어서 정말 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 지원되는게 아닐 경우 쓰레기가 될 수 밖에 없다. 상자텃밭은 자발적인 개인, 가정의 텃밭가꾸기 운동으로 되어야 한다. 서울그린트러스트에서는 첫해는 개인과 유치원을 중심으로, 두 번째 해에는 복지관과 노인계층을 중심으로, 세 번째 해에는 부보를 모시는 가정과 지역공동체를 중심으로 보급지원하였다. 텃밭운동의 관심과 확장과도 관련이 있어보인다. 올 해에는 좀 다른 모습으로 변하고 있다. 상자텃밭을 보급하기 보다는 지역의 텃밭운동을 이끌어내는 거점을 만들고자 한다.

 

 

 

다. 텃밭공동체 공동

1인가족의 이웃랄랄라, 문래동의 도시텃밭, 대학생들의 레알텃밭, 장수마을…텃밭공동체 꿈꾸기

상자텃밭운동을 하면서 가장 기억나는 몇 가지 사건들은 상자텃밭으로 공동체운동이 만들어진 사례들이다. 1인가족 이웃랄랄라는 마포구의 한 30대 초반의 여성이 시작한 운동이다. 햇반과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는 혼자 사는 젊은 청년들이 자신의 생활의 변화를 모색하고, 동병상린의 젊은이들이 도시커뮤니티를 만드는 과정이다. 땅이 없으니 옥상을 빌려서, 흙이 없으니 성미산에 밤에 찾아가 흙을 퍼오고, 버려진 스치로폼 상자를 모으고, 없는 기술로 농사를 시작하였다. 그래도 재미있기만 하다. 젊음은 상자를 그냥 두지 않고, 새로운 디자인과 그림을 넣기도 하고, 어설프게 키운 채소를 수확해서 파티를 열기도 하고, 작은 상자텃밭이 젊음에 잠재된 경작본능과 공동체 본능을 깨운 것인가?

2010년에는 고려대학교 학생들의 레알텃밭 운동이 많은 관심을 받기도 하였다. 대학생들이 모여서 학교의 빈터를 찾아서, 학교당국의 허락을 받는 과정도 쉽지 않았을 것이고, 배운적 없는 농사를 해보기 위해 텃밭보급소의 지원을 받고, 수확한 채소로 야채시장도 여는 모든 과정이 학생들에게 새로운 학습의 기회가 되지 않았을까? 최근 개최한 워크숍을 찾아온 레알텃밭 학생들의 얘기를 들어보니 다른 대학으로 이미 확산되고 있다고 한다. 학교당국이 경관만 유지하는 잔디밭을 내놓지 않아 땅을 구하지 못하고 있다고 하나, 젊음의 의지라면 능히 넘어갈 산일 것이다.

2011년은 문래동도시텃밭이 우리를 즐겁게 해주었다. 영등포 문래동에 아파트숲속에 덩그러니 남아있는 철공소에 예술가들이 둥지를 트기 시작하였다. 뉴욕의 소호를 연상케하는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한것이다. 그러나 예술가와 철공소 주인들과의 관계 만들기는 그리 쉽지 않은 일이다. 더구나 아파트 주민들은 번드르한 도시에 음침한 철공소가 반갑지 않아, 주민들이 철공소를 방문하는 일은 거의 없다고 한다. 그 곳에 예술가들과 여성환경연대의 활동가들이 텃밭을 만들기 시작하였다. 철공소 옥상은 쓰레기 더미와 다름없었다. 건물주를 설득해 쓰레기를 다 치우고 막 시작하려는데, 나가라고 한다. 결국 많은 돈을 투입하고도, 건물 옥상 청소해준 결과 밖에 되지 않았다. 어렵게 다른 옥상을 구해서 텃밭을 조성하고 한 해 농사를 짓고, 겨울철 농사와 커뮤니티공간을 위해 비닐하우스도 만들고 파티와 마을축제도 열고… 얼었던 철공소 사람들의 마음이 녹고, 아파트 주민들이 무슨 일인지 궁금해하면서 발길이 늘어나고… 새로운 도시공동체가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철공소에서 재배한 채소는 홍대앞의 한 카페에 공급되고, 카페에서 나온 음식물쓰레기는 다시 철공소로 와서 퇴비로 태어나고 있다. 철공소와 홍대를 자전거로 연결하는 청의 이름은 지렁이 청년이다.

2011년 또 하나의 발견은 장수마을이다. 박원순시장의 등장이후 뜨거운 화두로 떠오르는 마을이다. 한 사람의 마을운동가가 재개발지역에서 가난한 주민들과 마을만들기 운동을 하는 동네이다. 이미 곳곳에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손길을 받아 작은 틈이 있는 곳은 여지없이 채소들이 자라고 있고, 골목에 나와있는 화분에는 갖가지 꽃나무들이 자라고 있다. 텃밭은 노인들의 소일거리이고, 마을사람들의 소통의 도구이다. 이집 배추는 왜 이리 힘이 없나..쯧쯧… 이웃집 할머니의 간섭이 정겹다.

 

 

라. 유치원의 공동텃밭

필자가 도시농업, 텃밭을 처음 접한 것은 우리집 두 아이가 자라났던 생태미술유치원이었다. 일반 유치원을 보내던 어느 날 연말 재롱잔치를 보면서 어른 흉내를 내는 모습에 ‘아, 이건 아닌데’ 하면서 아이들이 아이들답게 놀 수 있는 유치원을 찾게 되었다. 지금은 여행학교로 바뀐 도봉구의 생태미술유치원 사랑아이가 그 곳이다. 그 곳에서 아이들은 일주일에 3일은 도봉산 자락에 있는 텃밭에서 뛰어논다. 주말농장 운영자가 잘 관리되지 않는 텃밭 때문에 화를 내기도 하지만, 생산을 하는 그 무엇이 아니라 아이들의 놀이터가 되는 텃밭은 또 다른 아름다움을 갖고 있다. 유치원의 놀이터이자 텃밭의 힘든 노동은 부모들이 맡는다. 매년 텃밭에서 부모들을 모시고 재롱잔치를 연다. 도봉산 자락의 텃밭의 상당수는 과거 논이었다. 항상 끊이지 않고 흐르는 도봉산의 계곡물을 받아 다락논을 만들었으나, 최근에는 주말농장 텃밭장사가 훨씬 잘되기 때문에 전부 텃밭으로 변한 상황이었다. 그 곳에 몇 몇 아빠들의 힘을 빌려 작은 논을 만들고, 물이 끊겨 집에서 각자 피티병에 물을 모아 논에 물을 대는 행사도 가지고, 함께 모내기를 하였다. 지나가는 등산객들이 한마디씩 거든다. 그 쬐그만 논에서 뭘 수확해서, 쌀이라도 한 말 해먹을까? 떡이라도 쪄 먹겠소?… 아이들의 논에는 개구리도 살고, 메뚜기도 산다. 그리고 이웃들의 관심과 애정이 녹아들어간다.

 

 

마. 도시농업공원에 대한 시도

또 한가지 기억나는 사건은 방이동습지 주변의 농경지를 도시농업공원으로 만들기 위한 노력이다. 2007년 즈음인가 그린벨트 조사를 하면서 방이동습지 주변에 거대한 농경지가 남아있는 것을 확인하게 되었다. 서울에는 강서에 논과 강남/서초/강동지역의 화훼, 중랑의 먹골배가 3대 농업이라 일컬어진다(몇몇사람만 부르는…). 당시 조사에서 아직 서울에 지목상으로 1,500ha의 농경지가 남아있고, 불법경작이라 부르는 산림과 강변에서 시민들의 자발적 농사까지 GIS로 조사하면 2,000ha에 달한다. 그러나 1990년대 그린벨트의 부분적인 해제와 함께 서울에서 1990~2000년 사이에 농경지가 3,000ha에서 1,500ha로 1/2이 사라졌다. 대부분 공공개발로 사라졌다. 지금도 보금자리 주택이라는 명분으로 남아있는 도심속 생명의땅이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2007년 그린벨트의 새로운 가치를 찾기 위해 7개의 단체가 모여서 상세한 조사한 결과 그 대안의 하나로서 대규모 농경지가 남아있는 곳을 도시농업공원 또는 도시농업지구를 만드는 일이다. 도시의 논과 밭은 도시계획상 아무런 색깔을 가지지 않는 개발의 유보지이다. 도시농경지에 도시계획적 가치를 부여하지 않는다면 도시의 논과 밭은 계속 사라질 수밖에 없다. 최근에 용산도시농업공원추진위원회라는 단체가 만들어져서 활동하고 있고, 서울시에서는 노들섬과 갈현근린공원을 도시농업공원으로 추진하고 있다. 생태보전시민모임은 강동지역의 또 다른 습지주변에 농경지를 신탁운동을 통해서 도시농업공원으로 추진하고 있다.

 

 

바. 커뮤니티가든 꿈꾸기, 솔이텃밭

방이동 습지 주변 농경지의 도시농업공원 추진과 관련하여 송파구를 만나면서 작은 시작이라도 하기 위하여 2,000평 정도의 텃밭을 빌려 친환경솔이텃밭을 시작하게 되었다. 서울시에서 양평에서 운영하는 시직영 주말농장과 별 차이 없는 송파구가 서울그린트러스트와 함께 운영하는 주말농장 정도로 시작하였다. 송파구청을 통해서 홍보하다보니 순식간에 200가구 모집이 완료되었다. 다음해에는 좀 더 도전적으로 비닐하우스에 도시농업지원센터를 만들고 다양한 교육과 커뮤니티프로그램을 시도하였다. 이듬해에는 서울형사회적기업 그린플러스를 창업하고 위탁하면서 서울형 커뮤니티가든을 모색하고 있다. 부족하지만 도시농업지원센터라는 명칭을 가지고 있으면서 송파구 내에 다양한 도시농업 활동도 지원하게 되었다. 그러나 행정의 전시성 사업과 결합하고 있어 많은 한계를 가지고 있다.

커뮤니티가든 또는 텃밭공동체에 대한 시도는 이미 귀농운동본부에서 경기도 인근 여러곳에서 텃밭공동체를 만들어가는 농장을 운영하고 있다. 공동으로 콩을 재배하여 된장을 담그는 된장공동체도 만들어가고, 농장의 경험을 통해 많은 사람들의 귀농의 기회로 삼고 있다.

 

 

사. 사회적기업에 대한 도전

주민참여 도시녹화 운동을 하면서 주민들의 도시녹화에 대한 기술과 정보를 지원하는 사회적기업을 시작하였으나, 2년을 넘기지 못하고 실패하였다. 아직은 가드닝에 대한 사회적 욕구가 부족하고, 사업전망도 잘 발굴하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도시농업의 붐이 일면서 이번에는 도시농업을 통한 사회적기업을 시도하게 되었다. 위 그림과 같이 마을과 가정으로 도시농업이 흘러가기 위해서는 지역별 도시농업지원센터가 필수적이다. 재료와 기술과 정보의 유통이 필요하다. 도시농업지원센터라는 보통명사 대신에 ‘그린플러스’라는 사회적 기업을 출발하였다. 그린플러스는 우선 송파솔이텃밭을 거점으로 다양한 사회적 관계와 맥락 만들기를 시도하고 있다.


 

아. 서울파머스마켓에 대한 시도

2010년 서울숲에서는 서울파머스마켓이 개최되었다. 도시농부들이 생산한 수확물을 판매하고, 다양한 도시농업 체험행사를 갖고, 문화행사도 함께 진행하였다. 이듬해 계속되지는 못하였지만, 파머스마켓에 대한 가능성 정도는 확인한 것 같다. 도시농업이 사회경제적 의미를 확장하기 위해서 파머스마켓은 필수적이다. 이미 세계의 여러 도시들에서 파머스마켓이 진행되고, 명소화되고 있다. 파머스마켓은 농부와 도시민의 직거래를 의미하기도 하고, 로칼푸드를 얘기하기도 하고, 도시농업와 도시농부에 대한 에피소드이다. 대량생산과 유통의 한계를 극복하고 도시의 새로운 변화를 위한 노력이기도 하다. 2012년 올해는 아마도 시청광장에서 농부장터가 매주 열리게 되지 않을까 싶다.

 

자. 산림텃밭

도시농업을 얘기하면서 매우 생소한 단어이다. 도시농업운동을 하면서 우연히 산림과학원의 김만조 박사의 제안을 받았다. 본인이 하는 연구 중에서 유실수와 토종 산채류를 접목한 텃밭에 대해 소개를 받고, 도시농업을 하는 여러 전문가들을 모아 화성의 실험지에서 워크숍을 갖게 되었다. 텃밭하면 늘 집앞의 텃밭과 주말농장 정도만 생각하였는데, 산림텃밭(적절한 이름은 아니지만)을 발견하면서 훨씬 다양한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실제 영국의 정원에는 우리나라의 곰취와 비슷한 원예종들이 허브와 채소로 이용되고 있다고 한다. 산림텃밭은 열대지역에서는 혼농임업(Agroforestry)로 불리거나 사회임업(Community/Social Forestry)의 기술적인 방법으로 적용되기도 한다. 우리네 텃밭에도 산채류와 도라지와 같은 약용식물, 허브를 가끔씩 볼 수 있다. 토종 산채류와 다년생 약용식물을 기르는 것은 텃밭의 새로운 미래를 보게 해준다.

 

 

 

 

3. 시애틀의 커뮤니티가든

 

 

시애틀은 북미에서 벤쿠버와 함께 오랫동안 도시농업을 실천하고 사회운동으로 발전해온 도시이다. 시애틀의 사례를 소개하는 이유는 현재의 우리 도시들이 시도하는 마을만들기, 지역재생 운동과 도시농업이 결합하여 독특한 사회운동으로 발전하여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애틀의 도시농업은 커뮤니티가든, 즉 공동체텃밭이 중심을 이루고 있는데, 공동체텃밭이란 기본적으로 지역사회에서 이웃들이 함께 열린공간을 돌보면서 공동체를 만드는 활동이다. 전통적으로 시애틀의 공동체텃밭은 구성원들이 소정의 비용을 내고, 분양된 개인의 텃밭을 관리하며 공동구역은 모든 참여자들이 함께 관리한다.

P-패치란 시애틀만의 독특한 공동체텃밭의 이름이며, 마을공동체과에서 운영하고 있다. 참여자들은 유기농업을 실천하고, 다양한 작물과 꽃과 허브와 유실수를 심고 가꾸고 있다. 다음은 필자가 시애틀을 방문하여 받은 현황자료를 우리말로 옮긴 내용이다. 우리의 도시농업의 미래를 이 자료를 통해서 잠깐 엿볼 수 있을 것이다.

 

[시애틀 도시농업(커뮤니티가든) 현황[

 

(1) 기본적인 통계

① 역사 : 37년

② 개소수 : 73개 P-패치

③ 총면적 : 약 23에이커

④ 참여자 : 2,056가구

⑤ 1/2이상이 시애틀의 중부, 남서부, 남동부에 위치함

⑥ 프로그램 : 공동체텃밭(50개소), 식량생산텃밭(저소득층 참여 20개 텃밭, 푸드뱅크 텃밭 38개소), 청소년텃밭(40개소), 마켓가든(3개소)

(2) 소유권

 

 

(3) 공공접근성 : 모든 공동체텃밭은 공공에 개방적이다. P-패치 공동체텃밭은 다음의 요소로 구성된다.

① 시범텃밭,

② 과수원,

③ 야생동물서식지 및 토착수종 식재지역,

④ 교육적인 게시판,

⑤ 공공이벤트와 교육을 위한 공간,

⑥ 푸드뱅크의 ‘기빙가든’

 

(4) 운영관련 정보

 

① 텃밭분양과 재분양

– 참여자는 매년 동의서를 작성하는데 동의서에는 ①텃밭이용료는 기본구역단위 9.3평방미터에 23달러이고, 한 구역 추가지 11달러 추가비용(18.6평방미터의 경우 45달러), ②8시간의 자원봉사를 해야 하고, ③텃밭 전체를 경작하여야 함(방치하는 공간이 없어야 함)을 포함하고 있다.

– 방치된 공간 : 관리자와 자원봉사자리더는 방치된 텃밭을 모니터하고 재분양한다.

– 텃밭분양의 기준 : 대기자리스트 순위, 공동체참여정도, 지역사회의 대표성 등

② 텃밭의 확장

– 관리자와 자원봉사자리더는 필요에 따라 해당 P-패치의 면적을 확대할 수 있다.

③ 텃밭참여자의 기간

– 44%가 3년 이하

– 66%가 5년 이하

– 86%가 10년 이하

 

(5) 공동체텃밭의 사회적 효과

① 공익적 활용

– 도시농부들은 공동체 행사를 개최하여 지역을 활성화한다.

– 도시농부들은 공동체참여에 적극적이다. 지속적으로 비참여자들이 텃밭을 방문하고, 도시농부들이 성실히 일반시민들에게 P-patch에 대해 안내하고 있다.

② 푸드뱅크 후원 : 2009년에 12톤 이상의 음식물을 기부하였다.

– 9%의 도시농부가 주1회 푸드뱅크 후원에 참여하고, 월1회 참여하는 도시농부는 40%에 달한다.

– 38개의 P-패치 공동체텃밭이 ‘기빙가든’에 참여하고 있다.

③ 공동체 봉사

– 2009년 1,900명의 P-패치 도시농부가 18,853시간을 봉사하였다. 이는 9명의 상근직원의 역할과 같다.

④ 오래된 도시농부가 리더십의 핵심 역할을 한다. 7년 이상 오래된 도시농부들이 그룹의 리더, 그리고 농기구 관리 등 전체를 위한 역할을 책임지고 있다.

⑤ 공익을 위한 참여와 투자

– 성공적인 공동체텃밭은 장기간의 투자를 필요로 한다. 수년간의 유기농법을 통해서 토양이 개선되고 경관이 조성될 수 있으며, 시민들의 편리한 이용이 가능하다.

– 장기적인 참여자들이 자신의 시간과 돈을 투자하여 이런 공간을 만들어냈던 것이다.

⑥ 교육효과

– 오래된 가드너들이 유기농법에 의한 모델텃밭을 조성하여 타인들에게 모범과 교육적 효과를 주고 있다. 지속적으로 잘 관리된 P-패치 공동체텃밭은 그 자체로 모델텃밭이고 교육장이 될 수 있다.

– P-패치 도시농부들은 녹색혁명가들이다. 그들은 빗물저금통을 만들고, 친환경적인 뒷간을 만들고, 그린빌딩 재료를 생산하며, 무기/유기물의 재활용한다.

 

(6) P-패치 참여자 특성

– 20%가 유색인종이다.

– 55%가 저소득층에 속한다.

– 다양한 프로그램의 적용 : 예를 들어, 공공의 주택개발지의 텃밭조성, 텃밭해설프로그램, 청소년참여프로그램, 새로운 공동체텃밭 개발 지원 등

 

 

4. 맺는 말

 

최근 서울에서는 광화문에 논을 조성하고자 하는 시민들의 모임이 생기고 있다. 얼마나 멋진가? 광화문 광장에 토종벼꽃이 피고, 작지만 황금들판을 감상할 수 있다면… 서양 관광객들에게는 동양에서만 볼 수 있는 논을 서울 도심 한 복판에서 볼 수 있지 않는가?

그러나 논란은 많다. 왜냐하면 광화문 광장이 상징하고 있는 의미가 많기 때문이다. 광화문에 논… 우리 사회에 많은 상징적 질문을 던지게 된다. 도시의 랜드마크, 상징물에 논이 들어감으로서 갖는 의미는 무엇일까? 기존의 토목개발시대에서 생명시대로의 변화에 대한 상징, 도시농업과 먹거리에 대한 중요성에 대한 상징이기도 하다.

다시 말해서 도시농업의 다양성은 단순히 어떤 규모로, 어떤 사람이 하는가에만 그치지 않는다. 도시를 혁신하는 방법으로서, 도시의 식량안전을 위한 터전으로서, 도농상생의 플랫폼으로서, 도시공동체 활성화의 텃밭으로서 다양성이 존재한다.

도시농업은 시민운동가들만이 하는 영역도 아니고, 오래전부터 우리 민족에 혈관속에 꿈틀대는 경작본능이 시대에 따라 다른 모습으로 형상화되어왔고, 현대의 그 모습이 발현된 현상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우리 시대는 커다란 패러다임의 전환을 만나고 있다. 그 중심에 도시농업이 있음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이 글에서 보여준 사례는 필자가 10여년간 도시농업과 관련하여 참여하고 관찰한 사례들이다. 더 다양한 사례가 우리 사회에 존재하고 있을 것이다. 또 더 다양한 사례가 우리 사회에 나타날 것이다. 꿈꾸는 사람들에 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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