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강 땅콩집 사례를 듣고나서…

엊그제 땅콩집 이야기를 나누며 어떤 상상을 해보셨나요?

2부 토론에 많은 분들이 함께 하지는 못했지만,

남은 분들이나 먼저 일어나신 분들 모두, 머리 속에 생각 구름 한두가지씩 가지고 돌아가셨을 것 같습니다.

1,2부 토론은 전반적으로 아파트와 마당이 있는 집의 삶의 질에 대한 비교,

누구와 어디에서 살 것인가, 나는 어떤 집을 지어 어떻게 살고 싶나,

마을이란 단어에 대한 나의 생각/경험이 주를 이루었던 것 같습니다.

땅콩집으로 대표되는 대안적인 도시의 라이프 스타일(이웃이 드나드는 집과 마당, 아이들이 뛰어놀고 관계와 신뢰가 있는) 과

아파트가 상징하는, 편리하고 안전한 면도 있지만, 획일적이고 규격화된,

돈을 중심으로 한 삶을 비교하는 질문들이 많이 나왔고요.

 

그런가하면,

건축이 삶의 방식에 얼마나 영향을 주는가, 마을은 아파트에서 이루어질 수 없나,

서울 안에서 땅콩집이 어떻게 구현될 수 있는가,

가족단위의 주거용 주택이 아닌 작업장이나 문화예술 단체들의 집합으로서

땅콩집은 어떤 모습일 수 있을까를 궁금해하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2부에서는 아파트와 땅콩집을 비교대상으로 가져갈 것이 아니라,

땅콩집을 하나의 아이디어로 삼아, 동네, 마을작업장, 공유경제, 공동육아, 신뢰할 수 있는 관계를

만들어가는 모습을 상상해보자는 취지의 이야기도 잠깐 나왔던 것 같아요.

 

이경일 편집장님이 토론 마무리할 때 언급하신 것처럼,

7천만원으로 짓는 땅콩집, 5평짜리 땅에 집짓기, 집을 새로 짓지 않고 수리하는 사례들은

아파트든 주택이든 이미 있는 것에서 출발해

집/공간이라는 삶의 외피와, 삶을 구성하는 관계들을

새롭게 꾸려나가기 위한 상상의 단서들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땅콩집이라는 재미있는 이름과 아이디어가 우리의 이목을 집중시켰기 때문일까요?

저는 강좌가 끝나고 나서, 우리가 너무 땅콩집이라는

형태에 대해서만 이야기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땅콩집이 땅콩집으로 머물지 않고,

도시 안에서의 대안적인 삶을 위한 선택으로 나아가려면

집과 마당을 벗어난 이야기도 해봐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고요.

땅콩집이 ‘땅콩밭’이 되어 마을을 이루고, 이 마을에서 공동육아가 이루어진다면,

SUV 밴을 타고 대형마트에 가서 일주일에 한 두번씩 큰 쇼핑을 하고 집에 오는 삶의 패턴까지도

다르게 만들어갈 수 있을까요?

 

그것이,

마당에서 누군가는 배추를 기르고, 누구는 고추를 길러서 김장철엔 다 같이 김장을 한다든지,

50가구 중 한 집에는 작은 목공소가 있어서 왠만한 가구는 만들어 쓰고 고쳐쓰는

그런 모습일까요? 그 너머의 더 진화된 모습은 어떤 것일까요?

 

7천만원도 없고, 정주해서 살아갈 확신도 없는 젊은 세대들이

땅콩집 하나를 얻어 같이 갈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면

한 집에 몇 명까지 함께 살아볼 수 있을까요?

사회적인 투자를 받아 돈 없는 청년들이

양쪽 집에 3~4명씩, 8명 정도가 모여, 1년 2년 단위로 계약을 하고 살면서

스스로 돌보고, 함께 돌보며 사회적으로 가치있는 일들을 창출해간다면

땅콩밭 30채 중 1채 정도는 이런 실험을 하자고 제안해볼 수 있지 않을까요?

그런 일을 1~2년쯤 해보는 거라면, 직장에서, 학교에서 집이 멀어도 시도해볼만하지 않을까요?

이건 꼭 땅콩집에서만 할 수 있는 게 아니고, 서울시내 빈집들을 이용해서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적절한 절차를 만드는 일부터 시작해서,

스스로 돌보고, 함께 돌보고, 공공을 돌보기 위해 모인 사람들이

일정하게 (청년) 주거 문제를 해소하면서도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가는 일을 도모해보면 말이예요.

어떤 사람들은 가로, 세로, 높이 3미터 크기로,

바퀴가 달려 이동이 가능하고, 천장에 태양광 집열판이 달려있는 모바일 에코하우스를 지어

때때로 땅콩밭에 세들어서 살기도 하고, 모바일 하우스끼리 모여서 때때로 재미난 일들을 벌일 수도 있겠죠?

(실제로 이런 모바일 하우스가 있답니다 –>> 링크보기)

그리고 혹시 이런 상상 속에

보통 사람들이 이웃하기 꺼려하는 “소외계층”이 섞여 들어갈 수 있을까요?

 

우리가 생각하는 마을은 무엇일까,

상호호혜적인 관계가 살아있고 아이들이 뛰어노는 ‘이미지’로서의 마을이 아니라

내가 정말 준비되어있고 기대하는 마을은 무엇이고,

개인적인 관심이나 취향, 불편불만을 넘어서 시도해볼 수 있는

삶의 방식, 삶의 공간은 무엇인지, 정말로 당장 누구와 시도해볼 수 있을지….

지난 토론을 곱씹어 보면서 질문해보게 됩니다.

여러분은 또 다른 어떤 생각을 하셨나요? 궁금합니다 : )

참견하는 분도, 수강생도, 담임도 모두 함께 배우는 학교이니까,

조교라는 역할을 맡긴 했지만, 저도 같이 생각을 나눠봅니다.

1 comment on “2강 땅콩집 사례를 듣고나서…”

  1. MinjiApple 응답

    모두가 함께 공유하는 고민거리 잘 정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토론시간에 내놓고 싶었던 이야기가 있었는데, 여기서 한번 해 보렵니다. ‘이 공동체는 여기서부터 저기까지다, 누구부터 누구까지다’라고 제도적 개념으로 생각했다가 크게 상심한 경험이 있습니다. 저는 한 공동체의 일부로서 인정받으려고 지나치게 열심히 일하는 바람에 오히려 괴리감을 느끼게 되어 많이 힘들었었습니다. 오히려 다같이 놀고, 먹고, 쉬고, 일도 나눠 하고, 자기 시간도 갖고, 재미도 느껴야 공동체 생활이 더 원활이 이루어졌던 것 같습니다. 이렇게 공동체는 유기적으로, 아주 자연스럽게, 살다보니 생겨나는 것인데, ‘마을’ 내지는 ‘공동체’를 제도적으로 구축하고 정의하려는 시도가 잘 될 수 있을런지, 잘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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